0. 서론

이 블로그의 리치마작 입문 강좌를 완독했다면, 마작의 규칙에 대한 이해는 전부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게임이든 규칙만 안다고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스의 목적이 상대방의 킹을 잡는 것이고, 각각의 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알면 일단 체스를 둘 수 있지만 체스해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규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 더불어 전술, 전략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마작 역시 마찬가지이다.

혹자는 마작이 어차피 운빨로 이루어지는 도박이기 때문에 복잡한 전략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작을 잘 치는 사람과 못 치는 사람 간에는 통계적으로 명확한 차이가 존재하며, 심지어 실력차가 심하면 대국 중에도 바로바로 티가 난다.

거대한 운 앞에서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다면, 한 번 초급 강좌부터 읽어보도록 하자.

 

1. 공격과 수비

놀랍게도, 마작에도 공격과 수비라는 개념이 있다.

공격과 수비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사람마다도 다르게 생각하고, 상황마다도 다르다.

확실한 건 공격보다 수비가 더 쉽고, 더 우선적으로 익혀야하는 개념이다.

때문에 이 초급 강좌는 공격보다 수비에 조금 더 초점을 둘 예정이다.

 

 

2. 수비

수비란 한 문장으로 '론 당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론을 당하면 치명적이다. 상대의 화료 점수를 독박쓰기 때문에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출혈이 일어난다.

점수를 많이 벌어서 순위를 올리려면 '론 당하지 않고 화료를 많이' 해야하므로 수비는 공격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아무리 공격을 맹렬하게 해도 타가에게 쏘여서 점수를 다 내어주면 기껏 화료하는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상대의 론을 어떻게 피하는가? 독심술이라도 있어서 상대의 화료패를 읽는단 말인가?

물론 그건 아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다.

 

리치를 건 타가의 버림패

아주 간단한 예시를 살펴보자. 위는 리치를 건 상대의 버림패이다.

마작에는, 자신이 버린 패가 화료패에 포함될 경우 론할 수 없다는 '후리텐'이라는 규칙이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 우리 눈 앞에 보이는 서, 북, 1통, 9통, 2통, 8삭, 6삭, 그리고 6만은 화료패가 아닐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간단한 추론을 플레이에 녹여내는 것만으로 방총률(론 당하는 비율)은 현저히 낮아진다.

 

 

3. 공격과 수비의 판단

공격은 화료를 우선시 해서 마작을 치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조패를 하고, 타가에게 론 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화료를 노리는 것이 바로 공격이다.

 

마작의 목표는 화료지만, 언제나 화료가 최우선인 것은 아니다.

누가 봐도 내 패가 좋고, 남들보다 내가 빠르게 화료할 수 있을 것 같은 때에는 맹렬하게 화료를 노리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내 패는 아직 화료까지 멀었고, 화료해봤자 점수도 보잘것없는데 상대는 이미 리치를 걸었다면? 그 때에는 론 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화료를 노리는 것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두는 것이 현명하다.

 

대국은 길다. 당장 이번 국에 나지 못해도 다음 국도, 다다음 국도 있다.

숨을 죽이고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내게도 좋은 패가 들어온다(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준비가 되었을 때 허리를 펴고 일어나서 공격 태세를 갖추면 된다.

 

지금 공격을 해야하는 상황인지, 수비를 해야하는 상황인지 판단하는 건 초심자에겐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내가 쥔 패가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상대가 얼마나 화료에 다가갔는지, 얼마나 높은 점수의 패를 지니고 있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하는데, 중급자 이상에게도 이는 쉽지 않다.

 

때문에 초심자라면 일단은 아래의 지침만을 따라서 플레이해보자.

- 아무도 리치를 걸지 않았을 때에는 조패에 집중하자

- 타가가 리치를 걸었을 때에는 수비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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