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후기는 어디까지나 게임을 즐기는 개인의 후기이며 객관적인 평가가 아님을 이해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후기에는 게임에 관한 핵심적이지 않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을 수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가족과 친척들에게 조기교육(?)을 받아 이런저런 비디오 게임을 많이 즐겨왔다.
지난 시간동안 즐긴 게임의 숫자를 생각하면 세자릿수는 족히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대로 흘려보내는 것도 좋지만, 후기를 쓰면 한 번 더 지난 게임을 곱씹을 수 있어서 배로 즐겁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즐긴 게임인 '데이브 더 다이버'의 후기를 이 블로그의 첫 게임 후기로 남겨보려 한다.
나의 어릴 적 추억 속 넥슨은 정말 멋있는 회사였다.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 일랜시아,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넥슨은 전 세계랑 겨루어도 뒤지지 않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1000원으로 10000원의 행복을'이라는 과금 방향성을 추구하며 작은 돈으로도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게임 아이템들을 판매했다.
그게 멋있어서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어쨌든 지금은 게임 개발자는 못 됐지만 프로그래머는 됐다.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 메이플스토리는 '쁘띠 리니지'라 불리울 만큼 매서운 과금 구조를 자랑하고 있지만, 넥슨은 거기에 그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지 인디 개발팀을 흡수해서 '데이브 더 다이버'라는 패키지 게임을 내놓았다.
사실 국산 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져 있었기에 처음에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엔딩을 본 지금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다. '즐거웠다'고.
'데이브 더 다이버'에 대해 한 문장으로 평가하면...
다양한 맛의 쿠키가 들어있는 묵직한 쿠키박스같은 게임이었다. 쿠키 하나하나는 좀 투박하지만 맛은 충실하다.
주인공인 '데이브'는 낮에는 잠수하여 물고기를 잡고 밤에는 일식 요리사인 '반쵸'의 식당 운영을 돕는다.
게임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컨텐츠가 추가되면서 데이브는 보스전도 하고, 농장도 운영하고, 양식장도 운영하고, 요리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위에 나열하지 않은 컨텐츠들도 정말 정말 많다.
미지의 종족인 '어인족'의 전설을 따라가는 메인 스토리 역시 존재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장점
- 메인 컨텐츠인 잠수와 식당 운영이 둘 다 탄탄하고 재미있다.
- 분량으로는 뒤지지 않는 다양한 서브 컨텐츠가 존재한다.
- 컨텐츠들이 한번에 쏟아지는 게 아니라 시기적절하게 추가되어 익히기도 쉽고 게임이 질리지도 않는다.
- 반쵸 식당 스토리가 소소하게 재미있다.
- 코어 게이머나 서브컬쳐에 박식한 사람이라면 웃을 수 있는 오마주가 많다.
- 컷씬을 짧고 강렬하게 잘 만들었다.
- UI가 직관적이고 조작감이 편안해서 플레이에 불편함이 없다. 물고기 잡는 손맛도 뛰어난 편.
- 30시간동안 버그를 찾지 못했을 정도로 버그가 없다.
기본 컨텐츠인 잠수는 매우 훌륭한데, 얕은 바다에서는 아름다운 바다를 천천히 탐색하는 힐링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심해부터는 미니맵도 없는데 산소나 탈출 포드도 매우 적어지고 배경도 어두워지며 플레이어에게 쫄깃함을 선사한다.
한 게임 안에서 생존 게임, 농사 게임, 타이쿤 게임, 요리 게임, 액션 게임, 퍼즐 게임 등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It Takes Two가 생각났는데, 하나하나의 완성도는 그저 장난 수준인 It Takes Two보다 훨씬 높다고 느꼈다.
요즘은 컷씬을 넣는 게 대세인데, 무의미하고 긴 컷씬은 오히려 게임의 흐름을 끊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의 짧지만 완성도 높고 강렬한 컷씬은 아주 매력적인 요소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이처럼 거시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게임이지만,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아쉬운 부분도 꽤 있다.
또한 메인 스토리는 옹호할 여지 없이 정말 별로였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단점
- 각 컨텐츠마다 난이도가 들쭉날쭉하다. 코어 게이머가 타겟인지, 아니면 라이트 게이머가 타겟인지 모르겠다.
- 후반부 갈 수록 잠수가 길어지고 야간 잠수에 관리할 시스템도 많아져서 진행이 심하게 늘어진다.
- 애매한 곳에 QTE를 많이 넣어놨는데, 게이머들의 QTE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 주인공의 이동속도가 느린 편인데, 동선이 불편하고 단순 노가다를 시키는 초창기 메이플스토리식 퀘스트가 많다.
- 메인 스토리가 흥미롭지 않고, 주인공에 대한 주요 NPC들의 태도가 불손해서 불쾌하다.
- 메인 스토리 중반 이후 등장하는 어인족 마을의 구조가 너무나 불친절하다.
- 메인 스토리 중반 이후 거의 퍼즐 위주로 전개가 되는데, 이 퍼즐들이 매우 식상하다.
특히 컨텐츠 난이도가 들쭉날쭉한 부분은 플레이하면서 많은 의아함을 자아냈다.
기본 컨텐츠인 잠수부터가 쉽지 않다. 매번 맵이 조금씩 바뀌는 데에다가 미니맵조차 주어지지 않으니 산소처럼 필요한 아이템들이 어디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기억을 하면서 움직여야 한다. 물고기를 잡는 작살의 연타 조작도 빡빡하다.
그런데 또 정작 보스전이나 퍼즐은 김이 샐 만큼 쉬운 것 투성이라서 이 게임의 타겟층이 어디인지 이해가 어렵게 만든다.
주인공의 이동 속도가 매우 느린 데 반해 동선이 매우 불편하거나, 아니면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컨텐츠들이 곳곳에 있다. 안 그래도 느린 이동 속도로 짐까지 들고 날라야 하는 '운반 퀘스트'는 불쾌감만 자아낸다. 새로 추가된 통발 역시, 쭉 내려갔다가 탈출 포드를 타고 올라오는 게임에서 '한 곳에 배치했다가 나중에 수거하는 아이템'은 잘 납득되지 않는 설계다.
후반부로 갈 수록 잠수가 길어지는데, 야간 잠수까지 해야하고 농사나 양식장 등등 관리해야 할 것도 늘어나면서 게임 플레이가 많이 늘어진다. 돈을 벌어야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데, 식당은 하루에 한 번 밤에만 운영할 수 있다. 결국 매일 하는 일만 많아지고 업글은 느려지니까 점점 지친다.
이런 문제들은 노하우가 늘어 유저 입장에서 한번 더 고려할 수 있게 되면 해결될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게임의 가장 아쉬운 점은 사실 메인 스토리에 있다.
'데이브'는 말이 없는 주인공이다. 스토리의 많은 부분이 누군가 데이브를 닦달하면 데이브가 "어... 그러지 뭐."라고 대답하면서 진행된다.
과거에는 RPG에서 '주인공=나'를 성립시키기 위해 주인공을 자아가 없게 만들고, NPC들이 주인공을 주무르거나 또는 피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2023년이고 사람들은 더 이상 호구같이 휘둘리는 주인공도, 주인공에게 이래라 저래라 시키기만 하는 진상 NPC도 원하지 않는다.
차라리 커스터마이저블한 주인공이면 납득을 하겠는데, 기껏 '순한 인상의 뚱보 잠수부'라는 특성이 확실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잡았다면 주인공에게 서사도 부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이렇게 답답한 전개가 되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인족 마을의 불편함과 탈것을 타는데에도 돈을 내야하는 불합리한 구조는 이미 익히 알려져있으므로 여기서는 길게 다루지 않기로 한다.
불편한 마을 구조도, 단순 노가다 위주의 퀘스트 방식도 2000년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인족 마을에 진입한 중반부부터 엔딩까지 메인 스토리는 퍼즐 위주로 전개되는데 등장하는 퍼즐들이 매우 식상하다.
등장하는 모든 퍼즐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데에다가, 난이도도 보잘것없어서 푸는 보람도 없다.
개발하다가 중간에 힘이 빠져서 그냥 적당히 퍼즐로 때우기로 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외에 미니게임이나 보스전들의 아이디어 역시 90년대 수준을 못 벗어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장애물 피하기, 탄막 피하기 등등...) 참신하진 않아도 전부 기본에 충실한 맛이라서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중간중간엔 분명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30시간동안 '즐거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메인 스토리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지만, 대신에 반쵸 식당 스토리와 NPC들이 하나같이 유쾌했다.
게임성이 특출난 건 아니라도, 컨텐츠가 풍성하고 안배가 잘 되어있다. 컨텐츠 하나하나는 투박하더라도 충실한 맛이 난다.
'이 게임 뭐 특별한 건 없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물 흐르듯 즐기다보니 엔딩에 닿아 있었다. 그게 바로 이 게임의 핵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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