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쿄에 여행을 다녀왔다.
해외에 가는 것도 일본에 가는 것도 코로나 때문에 무려 5년만이었고, 그래서인지 참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이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빅 이벤트는 첫날부터 휴대폰을 분실할 뻔한 사건인데...
여행 첫날은 나리타 공항에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도쿄까지 이동하면 이미 오후 4~5시라서 가볍게 아키하바라나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카드샵에서 유희왕 카드를 구경하고 보크스 돌포인트에 들른 후 고고카레를 먹는 완벽한 일정을 소화하고 뿌듯하게 숙소가 있는 아사쿠사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나는 발견하고야 만 것이다. 가방에 있어야 할 아이폰이 사라진 것을...
처음에는 가방 속에 짐이 많아서 못 찾는 것뿐이라고 현실을 부정했지만 가방을 싹 헤집어도 폰은 없었다.
내 번호에 전화도 걸어보았지만 누가 받기는 커녕 신호조차 가지 않아서 슬슬 누가 작정하고 훔쳐간 게 아닌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도쿄에 소매치기가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게다가 이국 땅에서 폰을 잃어버리면 숙소 체크인도 못 하고 항공권도 못 끊으니 거의 국제 미아나 다름없다.
경로를 되짚으며 직접 찾아보려 해도 아키하바라에서 아사쿠사까지는 환승도 있고 환승역인 우에노에서 약국에 들르기까지 했기 때문에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추측하기도 어려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하철이 매우 혼잡했기에 지하철에서 떨어뜨리거나 소매치기를 당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우선 우에노의 약국으로 돌아가서 혹시 오늘 들어온 분실물 중 휴대폰이 있는지 여쭈었지만, 안타깝게도 분실물은 없었다.
그런데 이때 불현듯 애플 '나의 찾기' 기능이 떠올랐다.
아이패드를 켜고 내 아이폰의 위치를 추적하니 40분 전 아키하바라가 마지막이었다.
아키하바라에 놓고 올 이유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고 왜 40분 전에 신호가 끊긴 건지 불안하기도 하고 반신반의하면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위치까지 갔더니 정확히 아키하바라 역 매표소 근처였다.
매표소 앞 역무원 분께 분실물 센터의 위치를 물었고 마침내 찾아간 분실물 센터의 역무원 분들은 내 아이폰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더니 끄덕끄덕하며 금고 문을 열고 폰을 꺼내 주셨다. 그리고 자기 거가 맞는지 확인을 위해 잠금 화면 푸는 걸 보여달라고 하셨다.
다시 찾은 내 폰은 꺼져있었고 그제서야 전화가 가지 않았던 이유, 나의 찾기에서 마지막 신호가 40분 전이었던 이유가 모두 설명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아키하바라에서 지하철 표를 끊으면서 폰을 옆에 두고 잊어버렸고, 어떤 고마운 분이 주워서 분실물 센터에 맡겨주신 모양이다.
이 모든 일은 약 한 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벌어졌지만 폰이 없는 동안 정말 1분이 1시간 같았고 만약 이 날 폰을 찾지 못했으면 5년만의 일본 여행이 어찌 되었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아무튼 폰도 찾았고 실전 압축 일본어 회화도 많이 해봤고 여행 중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겼으니 일타 삼피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광을 애플의 '나의 찾기' 기능과 폰을 주워서 맡겨주신 친절한 행인 분과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아키하바라 역무원 분들께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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