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초심자가 해야 할 플레이는 '후로 없이 조패하며 텐파이가 되면 리치를 부르는 플레이'라고 설명한 적 있다.
그러나 마작을 치다보면 서서히 리치가 만능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리치의 판단과 다마텐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입문 강좌에서 리치의 장단점에 대해 이미 설명한 바가 있지만, 여기서는 리치의 위험성에 대해 한 번 더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입문 수준에서는 리치를 거는 쪽이 무조건 이득이지만, 상대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지면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실력 있는 작사들은 누군가가 리치를 걸면...

  • 상대가 텐파이임을 만천하에 알렸으므로 철통같이 수비하며 절대 쏘이지 않는다
  • 상대의 위험패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텐파이를 만든다
  • 상대가 쯔모기리밖에 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역으로 쏜다

등등 적절한 대처를 해서 리치를 건 사람이 화료하는 걸 막거나 리치를 건 사람의 숨통을 역으로 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치마작에서 리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므로 대부분의 텐파이 상황에선 여전히 리치를 거는 것이 옳다.
예외적으로 리치를 걸지 않은 채로 텐파이를 유지하는 것을 '다마텐'이라고 하는데, 우선 다마텐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다마텐이란?
풀어서 해석하면 입을 다문 텐파이, 즉 '리치를 걸지 않은 텐파이'를 뜻한다. 깜깜한 텐파이라는 뜻의 야미텐이라고도 부른다. 우리 동아리에는 항상 '크큭... 어둠의 텐파이...'라고 부르는 선배가 있었다.
리치, 일발, 우라도라 등의 보너스가 없기 때문에 화료했을 경우 기대 점수는 비교적 낮지만 상당한 고수가 아닌 이상 타가의 다마텐을 읽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방총이 일어날 확률은 훨씬 높다.
한마디로 리치를 건 텐파이에 비해 기대 점수는 낮지만 타가를 론해서 화료하기는 쉬운 상태다.


리치를 거는 것을 망설일 만한 상황은 아래와 같다.


1. 대기가 나쁜 경우

대기의 종류에 대해서는 이 포스팅을 참조하자.
대기가 나쁜 경우, 즉 대기패가 적을 경우 리치를 거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간짱, 샤보, 변짱, 단기 등 일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대기들이나, 양면 이상이더라도 대기패가 많이 버려져서 남은 숫자가 적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일단 리치를 걸면 패가 고정되므로, 더 좋은 대기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없어진다.
게다가 대기가 나빠서 오를 가능성이 낮은 채로 계속 쯔모기리를 해야하니 상대에게 쏘일 가능성도 제법 높다.
리치를 건 사람이 대기가 안 좋은 걸 간파당해서 역공당하는 걸 흔히 '호구 잡혔다'고 한다.

그럼 텐파이가 되었는데 대기가 나쁜 상황엔 어떻게 해야할까?

4순 텐파이. 눈에 보이는 안전패는 4개 뿐

만약 6순 이내로 빨리 텐파이를 만들었다면 그냥 리치를 걸어도 된다. 남은 쯔모가 많아서 직접 쯔모로 오를 확률도 높은 데에다가 나머지 세 명을 바짝 쫄게 해서 조패를 망가뜨리는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패에 대한 힌트가 거의 없다시피 하므로, 타가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다.

대기패가 3통 뿐인 간짱 대기의 텐파이
5통을 쯔모하면 3, 6통의 양면 대기로 전환 가능!

간짱의 경우 위 사진처럼 패가 들어온다면 대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몇 순 기다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게다가 없던 핑후까지 붙었다!)

7순 이후에 나쁜 대기로 텐파이가 됐다면, 개인의 성향과 그때의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다들 텐파이에서 먼 것 같다면 과감히 걸어볼 수도 있고, 굳이 위험을 감수할 정도가 아니면 다마텐을 하거나 심지어는 텐파이를 깨고 수비에 올인할 수도 있다.


2. 후리텐인 경우

혹시 후리텐에 대해 까먹었다면 이 포스팅을 참조하자(이제 슬슬 모르면 안 되는 시점이지만)
1번과 비슷한 경우인데 이번에는 론으로 오를 가능성이 아예 없고, 그 때문에 거의 리치를 걸지 않는다.
드물지만 다면대기 등 쯔모화료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상대 압박용으로 리치를 거는 경우가 있다.


3. 만관 이상인 경우
점수가 높은데 왜 리치를 걸지 말란 거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점수가 높을 땐 리치를 안 거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
부판계산법은 판수가 많아질수록 점수가 더디게 올라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4판 40부 만관 텐파이

예를 들어, 위와 같이 산안커 3판에 중 1판으로 이미 4판 40부 만관을 대기하는 경우, 리치를 걸어 1판 추가로 5판 40부가 된다고 해도 여전히 만관으로 점수가 변하지 않는다.
5판 만관에서 리치를 걸면 6판 하네만이 될 수도 있지만, 만관 미만에서 1판 오를 때마다 점수가 두 배가 되는 것에 비하면 상승률이 작다.
이런 경우 리치로 판수를 늘리는 것보단, 다마텐을 유지해서 더 빨리 화료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상황마다 다르며, 1등과의 점수차가 커서 따라잡아야 하는 경우엔 만관 이상이라도 리치를 걸어 추가 점수를 노릴 수 있다.


4. 역이 아예 없는 경우

3번과 반대의 경우인데, 흔한 도라 핑후 탕야오도 붙지 않았을 만큼 역이 없는 경우에도 리치를 망설일 만 하다.
'역 없으면 리치라도 걸어야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리치 한 판으로는 부수에 따라 고작 1000~2000점밖에 벌지 못한다.
내가 친을 유지해야해서 화료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거나, 아예 텐파이가 빨라서 기선제압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리치를 걸어도 좋지만 그 외의 상황에서는 적은 이득에 리스크만 커지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오늘은 글이 제법 장황한 편이다. 특정 상황에서 리치를 거는 게 낫냐 안 거는 게 낫냐는 커뮤니티에서 댓글로 키배가 벌어질 정도로 오묘하고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내용도 결국 '상황 따라 판단해라'가 대부분인 만큼 생각없이 마작을 치는 건 삼가야 하고, 어떻게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났는지 기억해서 다음에는 더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실력 향상에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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